2026년 8월 25일(화) 오후 7시부산시민회관 대극장
스크린 위에 되살아난 그 시절, 음악으로 만나는 청춘
시각을 사로잡는 미디어아트와 영상연출!
대형 스크린을 활용한 감각적인 영상미가 돋보인 레트로 감성의 K-영상스토리콘서트 ‘위대한 청춘’ 공연이 지난달 8월 25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성황리에 이루어졌다. 영상의 흐름에 맞춰 리음밴드앙상블의 라이브 음악연주가 돋보이는 가운데 과거와 현재, 시련과 희망을 오가는 영상전환 연출이 음악의 호흡과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공연이었다. 잔잔한 감성을 자극하는 연주부터 귀에 익은 멜로디가 성악가의 노래를 통해 때로는 자극적으로 때로는 감동적으로 시선을 빼앗는다.
‘위대한 청춘’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치열하게 살아왔던 이 시대의 모든 아버지에게 지나온 청춘을 회고하며 추억하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무대이다. K-콘텐츠의 강점인 스토리텔링과 기술적 연출(영상, 음향)의 조합이 돋보였으며 단순히 보는 공연을 넘어 감정을 공유하는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하는 콘서트였다.

역사를 설명하지 않고 기억하게 하는 무대
리음아트컴퍼니의 영상스토리콘서트 ‘위대한 청춘’은 단순히 지나간 시대를 추억하는 레트로 공연이 아니다. 그것은 한 세대가 살아온 시간을 무대 위로 불러내어 오늘의 관객에게 다시 묻는 작품이다. 6.25전쟁의 폐허에서 시작해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외환위기를 거쳐 오늘의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낸 사람들의 삶을 영상과 노래로 엮었다는 점에서 공연의 의미는 각별하다. 특히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역사를 설명하기보다 기억하게 만드는데 있다.
기록 영상이 한 시대의 객관적인 풍경을 보여준다면 무대 위 성악가들의 노래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내면을 대신한다. 그네, 희망의 나라로, 뱃노래, 고래사냥,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챔피언, 아름다운 나라, 내나라 내겨레, 젊은 그대와 같은 노래가 불려지는 순간, 관객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청춘과 가족, 부모 세대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실제 공연에서도 이러한 시대적 노래와 영상이 결합되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은 기존의 클래식 음악회와도 일반적인 뮤지컬과도 다르다. 뮤지컬이 극적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면 ‘위대한 청춘’은 주인공이 특정 인물이 아니라 한 시대 전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배우의 연기나 화려한 무대 장치보다 영상과 음악 그리고 관객이 서로 기억으로 연결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성악가들이 무대에서 부르는 우리 가곡은 50, 60, 70세대에게 귀에 익은 친근한 선율로 되살아나 그 시절 풍미했던 명곡들과의 조우가 과거의 흔적을 일깨우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가곡을 전문 음악회의 레퍼토리로 제한되거나 과거의 음악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지배적이라면 ‘위대한 청춘’은 가곡을 역사적 기억의 매개체로 활용한다. 노래가 만들어졌던 시대의 영상과 맞물려 가곡을 단순한 예술 음악을 넘어 한 시대의 정서를 보존하는 기억의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다.

‘위대한’ 것은 시대가 아니라 사람이다
성악가들에게도 이 작품은 일반적인 음악회와 다른 과제를 요구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발성을 정확하게 들려주는 능력이나 화려한 성악적 기교가 아니다. 가사의 의미를 전달하고 그 노래가 지닌 시대적 정서를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우리 가곡에서는 정확한 가사 전달과 자연스런 프레이징, 지나친 감성을 피한 절제된 표현이 공연의 품격을 결정한다. 다만 ‘위대한 청춘’이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감동과 역사적 성찰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나친 향수와 애국적 정서에 의존하면 공연이 기념행사나 추억의 콘서트로 축소될 위험이 따른다.
반대로 한 시대의 고통과 희생을 지나치게 무겁게 다루면 관객과의 정서적 거리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과거를 미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을 가능한 한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대한 청춘’의 제목에 들어있는 ‘위대한’ 이란 단어는 어려운 시대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냈기 때문에 위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이 정말로 감동적인 것은 국가의 성장이라는 거대한 서사보다는 그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살아간 개인의 삶이 음악과 영상 속에서 고스란히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그 시대를 살아낸 우리 모두가 ‘위대한 청춘’
MG새마을금고가 이 공연을 후원하고 함께 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1963년 5월 경남 산청군 생초면 하둔마을 등에서 최초의 마을금고로 설립되어 서민금융기관으로 우리나라 근대화 성장과 함께 동행하였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가 강조해 온 공동체 상생의 가치와 한 시대를 함께 살아낸 세대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부산 공연에서 MG새마을금고 임직원과 가족들이 1600석의 시민회관 대극장을 가득 메워 그 시절의 향수를 반추하며 공연에 성원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위대한 청춘’은 옛노래를 다시 듣는 공연이 아니라 노래를 통해 역사를 기억하고 과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공연이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청춘과 노동과 희생의 기다림 위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이 공연을 통해 가장 감성적인 언어로 전달되었음을 공감한다. ‘위대한 청춘’의 주인공은 무대 위의 성악가도 스크린 속의 역사도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아냈던 바로 우리 자신이다.
이 작품은 레트로를 넘어 치열하게 살아왔던 지난 청춘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모든 청춘들까지 아우르는 가슴 뛰는 따뜻한 위로를 겸한 무대이다. 세대간의 공감과 문화콘텐츠로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고 앞으로 이러한 형태의 융복합 영상스토리콘서트가 더 자주 기획되어 무대에 올려지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완성도 높은 공연이었다. 복잡하거나 꼬여있는 서사보다는 중장년층의 레트로 감성을 끄집어내어 그 시대를 되돌아보게 하는 부담 없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콘서트여서 좋았다
성악가들이 부르는 가곡과 더불어 위트있는 관객과의 소통이 공연의 몰입도를 높여주며 유쾌함과 감동의 균형을 잘 보여준 영상스토리콘서트였다.
글 정춘식(음악평론가)
| 이승원 & 케빈 첸 with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 2026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0) | 2026.08.19 |
|---|---|
| 김유환, 김진수의 희망콘서트 - 편견 너머 존재하는 것들 (1) | 2026.08.16 |
| ‘세계적 스타’와 ‘예고된 스타’를 동시에 감상한 리골레토 (0) | 2026.08.11 |
| 영 오디세이 모차르트 - 박해림, 홍석영, 김아인 Piano (0) | 2026.08.08 |
| 베르비에 페스티벌 피아니스트 임윤찬 리사이틀 (0) | 2026.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