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6일(목), 오후 7시30분 금호아트홀 연세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
7월 세 차례에 걸쳐 피아니스트 박영성과 이현정, 손지우, 윤해원, 박원민, 진영훈이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선보였던 금호문화재단의 '아름다운 목요일' 시리즈는 8월부터 작곡가는 베토벤에서 모차르트로, 악기도 바이올린에서 피아노로 바꿔 총 4차례에 걸쳐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전곡 연주한다. 첫 공연에서는 예원학교 재학 중 도미하여 백혜선을 사사했고 현재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변화경을 사사하고 있는 홍석영이 소나타 1번과 6번을, 2019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이진상을 사사하고 있는 박해림이 2번과 4번을,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김대진을 사사한 뒤 현재 프랑스 파리 에콜 노르말에서 올리비에 가르동을 사사하고 있는 김아인이 3번과 5번을 연주했다.

① 홍석영 – 소나타 1번과 6번
첫 곡이 시작되자 순간 모차르트가 아니라 베토벤을 듣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연주는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이에 대한 생각은 올해 상반기 금호문화재단 기획 '선율의 항해' 평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모든 작품에는 고유한 양식이 존재하고,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만의 음악 언어가 있다. 물론 이는 21세기에 18세기의 연주를 그대로 재현해야 한다거나 반드시 시대악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 피아노를 사용하더라도 당시 악기의 구조와 음향, 연주 관습에 대한 이해는 작품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가 된다.
모차르트 시대의 건반악기는 오늘날의 현대식 그랜드피아노와 메커니즘, 음색, 반응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따라서 작곡가가 상정했던 음향 세계 역시 지금과는 다른 질감 위에 세워져 있었다. 결국 역사주의적 연주는 특정한 형식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탄생한 문화적 맥락과 시대적 감수성을 이해하고 이를 오늘의 언어로 설득력 있게 번역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홍석영의 연주는 이러한 관점에서 다소 거칠고 성급하게 들렸다. 전체적으로 힘이 과도하게 실리면서 모차르트 특유의 여유와 자연스러운 호흡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다. 템포 역시 빠르기보다는 조급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반면 소나타 6번에서는 그의 장점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났다. 밝고 건강한 에너지와 생동감이 자연스럽게 살아났고, 특히 3악장 변주곡에서는 또렷하고 맑은 음색이 인상적이었다. 스승 백혜선을 연상시키는 단단하면서도 명료한 톤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② 박해림 – 소나타 2번과 4번
박해림 역시 2번에서는 모차르트 특유의 양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특히 1악장의 왼손 옥타브는 마치 프로코피예프를 연상시킬 만큼 무게감이 강했다. 앞선 홍석영과 함께 숨 가쁜 릴레이를 이어가는 듯한 인상을 남겼고, 전체적으로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어 모차르트 특유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f-minor의 2악장 Adagio에서는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노래하였다. 같은게 되풀이 될 때 수식되는 비화성음들을 빠른 악장에서처럼 흩뿌리지 않고 천천히 한 음씩 살렸다. 인터미션 이후 연주한 4번에서는 한결 이완된 모습이었다. 음색도 훨씬 가벼워지고 호흡에도 여유가 생겼다. 다만 왼손은 여전히 다소 무겁게 느껴졌다. 모차르트에서는 과도한 감정보다 명료성과 균형이 더욱 중요하며, 당시 연주 관습에 따른 꾸밈음 역시 보다 섬세하게 다듬어질 필요가 있어 보였다.
③ 김아인 – 소나타 3번과 5번
김아인의 연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긴장이 풀린 모차르트를 만날 수 있었다. 피아노를 부수듯 몰아치는 타건도, 누군가에게 쫓기듯 허둥대는 조급한 진행도 아니었다. 문맥과 어법이 살아 있었으며, 고전음악의 본질인 형식미와 구성미를 차분하게 드러냈다.
특히 소나타 5번은 이날 공연의 백미였다. 생동감 있으면서도 균형 잡힌 리듬, 섬세하고 서정적인 음색, 그리고 고전주의 음악의 핵심인 대비와 균형을 선명하게 구현한 뛰어난 연주였다.
음악이 구체적인 대상을 언어나 회화처럼 명확하게 재현할 수는 없지만,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관념과 이미지의 세계는 분명 존재한다. 이날 김아인의 연주를 들으며 감은 눈 너머로 희미한 색채가 번져 나가는 듯이끌리듯 음악에 몰입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④ 총평
1774~1775년경 작곡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번부터 6번까지는 모두 3악장 구성을 기본으로 하며, 밝고 경쾌한 고전주의 양식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형식 속에서 고전적 균형과 즉흥적 장식의 조화가 핵심을 이룬다. 이러한 작품일수록 현대 피아노의 풍부한 음량과 무게감보다 당시의 양식과 미학을 얼마나 이해하고 설득력 있게 구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이번 공연은 세 명의 젊은 연주자가 서로 다른 해석을 제시한 자리였다. 그 가운데 김아인의 연주는 작품의 문법과 시대적 양식을 가장 자연스럽게 구현하며, 고전음악이 지닌 균형미와 상상력을 가장 깊이 전달한 무대로 기억될 것이다.
評 성용원(작곡가, 본지 상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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